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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병을 진단할 때 어떤식으로 사고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의사의 병 진단과 프로그래밍의 디버깅이 비슷한 요소가 많아 보여서 읽게 되었고, 실제로도 그렇다.
의사의 심리 상태가 진단에 어떻게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다루며, 그 심리 상태를 환자와의 상호 관계를 통해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 한다.
의사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큰 요소는 돈이다. 제약회사와 의사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진단시 맹점에 대해서도 다룬다.
“오슬러 박사의 기본적인 주장은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 속에 진단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p.29
“환자의 이야기에서 등을 돌리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진정한 의사가 아닙니다.” p.29
통상적 개방형의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의사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화자의 답변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 로터 교수의 설명이다. p.30
“가야 할 방향이 확실한 경우에는 폐쇄형 질문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진단에 확신이 없을 경우에는 폐쇄형 질문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
개방형 질문의 가장 큰 장점은 질문을 통해 의사들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할 기회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방형 질문에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로터 교수는 웅변조로 물었다. “자신이 하려는 말을 의사가 진정으로 듣고 싶어한다고 환자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p.31
“사람들은 흔히 극단적인 두 경우를 떠올리곤 한다. 자폐증적 임상 태도를 지닌 뛰어난 외과의사와 뛰어난 능력은 없지만 친절한 일반 내과의. 그러나 좋은 것들은 함께 간다. 좋은 의사는 보통 이 두 가지를 모두 갖9ᅟᅮᆯ 것을 요구받는다. 좋은 의사는 종합 선물 세트다.” p.33
“의사는 주로 말을 하는 사람이며, 소통의 문제는 양질의 의료 행위와 결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진단을 내리려면 정보가 필요하고, 정보를 얻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환자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의사의 경쟁력은 소통의 기술과 따로 분리해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절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p.33
수련의 시절 지식의 양뿐만 아니라 임상에서의 탁월한 판단력으로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던 한 심장학 전문의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모두 기록한 일지를 늘 지니고 다녔는데, 특히 어려운 사례를 만났을 때 그 실수 일람표를 뒤지곤 했다. p.36
만일 최고의 임상의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분석하고, 늘 가까이 두고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p.36
지각이 있는 의사들은 주어진 틀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p.37
환자에게 심각한 해를 까친 오진 사례들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무려 80퍼센트 정도의 오진 사례가 앤의 경우처럼 환자를 좁은 틀 안에 가두고, 자신의 고정관념에 벗어나는 정보들을 무시한, 일련의 인지적 오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p.39
부정확한 진단과 치료에서 이러한 기술적 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오류는 생각의 실수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의 오류를 일으키는 일부 요인은 우리 내면의 감정, 선뜻 인정하기 힘들뿐더러 제대로 인식조차 하기 힘든 우리의 감정이다. p.61
'대표성 오류(representativeness error)라고 불린다. 이는 하나의 원형에 사고가 이끌려 그 원형에 반하는 가능성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결국 증상의 원인을 잘못 짚으면서 발생하는 오류다.
의사들이 더욱 빈번하게 저지르는 또다른 실수는, 환자가 자신들의 부정적인 선입견에 부합할 때 범하게 되는 이른바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라는 것이다. p.69
“귀인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또 환자를 지겨운 알콜중독자로 치부하며 서둘러 손을 털어버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했을 뿐입니다.” p.71
감정은 환자의 영혼에 눈뜨게 하지만, 환자의 문제에 눈멀게 할 위험이 있다. p.83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의사가 치료 과정에서 패턴 인식에 의존하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형에 의지한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p.84
엘렌은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이 어떤 사회적 전형에 들어맞는 사람인지를 알고 있으며 그 전형성 때문에 의사들이 자신의 호소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p.86
“선생님께서 얼마나 마음을 써주시고 계시는지 정말 깊이 감사드려요. 또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해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취하시는 조치일 거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p.87
환자를 볼 때마다 수련의 시절에 배운 ABC 기본 원칙을 되뇐다고 했다. → 개발자도 디버깅 원칙 같은게 있으면 좋을듯. p.93
전문의들이 곧잘 “가끔 이런 경우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만만하고 오랜 경험에 기초한 말로, 더 이상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그런 말을 답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인 후, 지속적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한 끝에 나와야 마땅하다. 만일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다면, 이는 안심이 되는 정보로 들리기는 커녕 걱정스러운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는 소리기 때문이다.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