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의 반격 ====== * [[http://aladin.kr/p/aUPNQ|서른의 반격]] * 저자 : 손원평 * 2022년 9월 흔하디 흔한 "김지혜"가 자기 자신을 발견해가는 이야기.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보잘 것 없는게 아니라, 특별하지 않아도 나는 나라는 발견. > 당신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는 '그럭저럭 보통은 해. 가끔 덤벙대기도 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있어'정도면 충분하다. 그게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방법이다. 특히 대단한 보람이나 연봉,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먼 일일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너무 닳고 닳은 인간인 걸까. 아니면 꿈이 없는 사람인 걸까. p. 42 > "그랬군요. 그런데 사실 난 가끔 궁금해요. 우리가 욕하고 한심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데 똑같은 입장에 놓였을 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비판하는 건 쉬워요.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 상식을 잣대 삼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인간이 이기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순간에 놓이면 존엄성과 도덕, 상식을 지키는 건 소수의 몫이 돼요. 내가 그런 환경과 역사를 통과했다면 똑같이 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결국 뭔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 "어떤 노력이요?" > "적어도 내 몫을 위해서만 싸우지는 않겠다고 자꾸자꾸 다짐하는 노력이요. 마음에 기름이 끼면 끝이니까. 정답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요. 더 나은 어떤 것을 향해 차츰 다가가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죠." p. 80~81 >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기만 해도 세상이 조금쯤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 p. 82 > 미안해. 나 아줌마들이 애 낳고 힘들단 뻔한 소리 하는 거 정말 듣기 싫었거든. 근데 그 힘듦의 본질을 깨달았어. 그냥 육체가 힘들고 잠을 못 자서가 아니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화장실 가는 그 몇 초. 밥 한 숟갈 목구멍 넘기는 그 순간. 냉장고 문 열고 물 한 번 마시는 그 잠깐. 그런 순간조차 좌절돼. 그런 사소한 행동이 하나하나 저지당하고 울음과 떼쓰는 소리로 멈춰지고 그런 게 반복되잖아? 사람이 미친다. p. 100 > 제 삼자가 들으면 우리나라 미쳤다고 하는데, 그냥 그 안에서 직접 하루하루 겪으면 그렇게 드라마틱한 일도 아니더라. p. 102 > 언젠가 그런 얘기를 아빠한테 했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겪어보지 않고 쉽게 말하지 말라는 무뚝뚝한 답이 돌아왔다. 아빠 세대와 우리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은 그런 건지도 모른다. 각자의 세대가 더 힘들다고 주장하고 그에 비해 상대의 세대를 쉽게 얘기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그런 걸 보면 삶을 관통하는 각박함과 고단함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공통적인가보다. p. 127 > 언뜻 그럴듯해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가 지향점으로 삼기에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바는 너무나 부실하고 흔하기 짝이 없었다. 새해 첫날 스타벅스에서 녹차 프라푸치노를 마시며 읽은 뒤 중고 장터에 내놓으면 딱 좋을 책이었다. p. 149 > 지혜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나도 지혜야"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지혜는, 그냥 지혜였다. 내가 백사장에 깔린 모래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그 애는 고유명사였고 굵은 대문자로 써진 이름이었으며 오로지 그녀 그 자체였다. p. 152 > 나는 그 애의 심복이었고, 초라하지만 버리기엔 유용한 도구였으며, 우린 친구잖아, 라는 말 한마디에 쉽게 설득되는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친구는 이런 게 아니잖아. 먼저 그렇게 말할 용기가 내게는 없었다. p. 156 >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담아놓은 채 화살을 내 스스로에게 던지는 거요. 이렇게 돼버린 지 참 오래됐어요." p. 176 > 키스의 결말은 씁쓸했지만, 공윤에게 큰 소리로 말한 것까지 무의미한 결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공윤은 변함이 없었지만 달라진 건 나였다. 그날, 고작 돌아서서 울었던 나였다. p. 186 > 어쨌든 그 일은 내게 꽤 큰 교훈을 남겼다. 속내를 감추지 않고 단지 겉으로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그 점에서, 부끄러운 키스를 나눈 규옥에게 나는 여전히 감사하고 있었다. p. 187 > "우린 나무를 잘라 가구를 만드는 하드웨어적인 일을 하지만, 우리의 가구를 쓰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거든요. 그건 소프트웨어적인 영역이죠. 그러려면 자양분이 좀 필요한데 어떤 자양분을 섭취해야 할지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어요. 그게 바로 지혜 씨가 해야 할 일입니다. 지혜 씨가 튼 음악을 듣고 지혜 씨가 추천한 영화를 보고, 지혜 씨가 좋아하는 책 속의 구절이 우리에게 영감을 줄 겁니다. 결국 지혜 씨의 취향이 우리 회사의 취향이 될 겁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가구는, 그런 거름 없이 만들어진 가구보다 조금쯤은 멋지지 않을까요." p. 192 >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도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p.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