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넘게 무척 재미있게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을 고전 명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게 중론일거 같은데, 그러나 매우 재미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1주일도 안걸려서 다 읽었을 책이다.
영화만으로도 매우 재밌었겠으나, 그 긴 영화로도 이 책의 묘미를 완벽하게 옮길 수는 없기에 꼭 책을 읽어 보는게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는 2020년 현재 까지도 인플레이션을 적용하면 영화 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명작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라면, 철저히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입장에서 기술하다보니 노예제를 찬성하고, 흑인을 백인의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혼자서 제대로 살 수 없는 존재로 묘사하고, KKK 단을 숭고한 존재로까지 치켜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녀 스칼렛 아하라가 남북 전쟁을 거치면서 겪는 이야기들이 매우 생동감있고 재미있게 그려진 책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다.
내가 보기엔 남부에 대해 아련한 추억 그리움 같은게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예 시대로 돌아가길 꿈꾸는 종류의 책으로까지 보이진 않는다.
이 책의 두 대비되는 인물 애슐리 윌크스는 남부 신사의 대표같은 인물인데 남부를 사랑하고, 전쟁을 반대하지만 남부를 위해 나가 싸운다. 매우 신사적이고 명예를 중시하는 인물로 남부에 대한 자긍심과 무관하게 어쨌든 노예를 매우 인간적으로 대하고 전쟁 승패와 관련없이 노예를 자유롭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새로운 세계의 질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남부가 번성하던 시절의 귀족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이에 반해 레트 버틀러는 남부를 사랑하지만 새로운 질서에 빠르게 적응하고 명예보다는 현실 적응에 더 강한 힘을 보여준다. 전쟁으로 곧바로 부자가 되면서도 또 딱히 보면 남들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나쁜 사람도 아니다. 다만 남부인들 입장에서 봤을 때 명예롭지 않아 보일 뿐. 그는 노예제를 찬성하는 전쟁 그리고 아무 준비안된 전쟁에 말도 안되는 명분으로 뛰어드는 남부인들을 매우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결국 지향점은 레트 버틀러와 같은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레트는 눈치를 보지 않고 변화하는 세계에 해야할 일을 빠르게 적응해서 해치우는 스타일이다.
별로 올바르게 보이지도 않는 명분과 명예에 대한 집착 따위는 빠르게 버려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