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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어서오세요_휴남동_서점입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휴남동이라는 곳에서 서점을 하면서 일어나는 주인공과 주변인들 이야기들.

요즘 다소 유행하는 힐링 계열 소설이다.

잔잔하게 읽어볼만하다.

“단추를 꿸 구멍이 없다는 거. 생각해봐. 옷이 있는데 한쪽엔 고급 단추들이 자르륵 달려 있어. 그런데 반대편엔 구멍이 없는 거야. 왜냐고? 아무도 구멍을 뚫어주지 않았거든. 그러니 내 옷을 봐. 볼썽사납게 첫 단추만 꿰여 있는 거지.” p.73
오른손으로 턱을 괸 채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이 언뜻 새장에 갇힌 아기 새 같았다. 누가 저 아이를 새장에 집어넣었을까. 아이는 알까. 새장 문을 안에서도 열 수 있다는 걸. p.95
과연 어느 책이 완벽한 문장으로만 되어 있겠느냐며 알려달라 하셨지요. 유감이지만, 저는 그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 질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세상 그 어떤 책도 완벽한 문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덩달아 완벽을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더군다나 떳떳한 태도로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p.138
글을 쓰다보면 무심결에 거짓말을 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만약 제가 최근 1년 동안 영화를 전혀 보지 않았다고 하면, 어느 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지난 1년간 영화를 보지 않았네, 나 영화를 안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네, 하고요. 이후 1년 동안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식에서 사라지고 '난 영화를 안 좋아하는구나'하는 해석만 남는 겁니다.

“여기서 진실의 문장은….”. 영주가 말했다.
“나는 지난 1년간 영화를 보지 않았다, 또는 못 봤다 정도가 되겠죠” 승우가 말했다. p.151
영주 사장님이 그랬어요. 어떤 생각이 들었으면 우선은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가보라고요. 살다 보면 그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요. 미리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결정하지 말라고요. p.168
우리는 일을 하지 못할 걸 걱정할 게 아니라 먹고살지 못할 걸 걱정하면 되는 거 아냐?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이 먹고살 방법을 모색하는 거잖아? 이렇게 생각해보게 된 거예요. p.172
데이비드 프레인, “일하지 않을 권리”, 장상미 옮김, 동녘. 2017 참조
50대 여자가 본인이 젊었을 때는 그저 순응하고 희생하며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젊은 사람들은 순응, 희생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엔 희망이 없어서 그럴 필요조차 못 느끼는 거라며 50대 여자를 놀라게 했다. p.179
호기심이 무례함으로 변질되는 순간을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승의의 경험이 하나 알려준 건, 잘 모르겠을 때는 우선 멈추는 것이 낫다는 사실이었다. 질문해도 될지 모르겠을 때는 질문하지 말 것.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듣는 역할에 충실할 것. 이 두가지만 지켜도 최소한 무례한 사람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p.234
그(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이란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긴 인생을 저당 잡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요. 마지막 순간에 한 번 행복해지기 위해 평생 노력만 하면서 불행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행복이란 게 참 끔찍해졌어요. 나의 온 생을 단 하나의 성취를 위해 갈아 넣는 것이 너무 허무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이제 행복이 아닌 행복감을 추구하며 살아야지 하고 생각을 바꾼 거예요. p. 237
“대충 아무 일이나 해봤는데 의외로 그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 우연히 해본 일인데 문득 그 일이 평생 하고싶어질지 누가 알아. 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그러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부터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먼저 생각해봐.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p.274
지금껏 연애를 할 때마다 승우는 늘 상대에게 상처를 줬다. 늘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승우 역시 상처를 받았고 승우 역시 상대방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산다. p.317
독서/어서오세요_휴남동_서점입니다.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4/01/04 11:37 저자 kwon37x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