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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청춘의_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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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유시민

죄와 벌

우리가 양심이라고 부르는 인간의 도덕적 직관은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형성된 사회적 본능이다. 이 본능은 우리에게 명령한다.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라.” p. 23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따지는 것은,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ㅗ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전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악한 수단으로는 선한 목적을 절대 이루지 못한다고 믿는다. p 28
만약 도스토옙스키가 220세기를 목격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 p. 32

전환시대의 논리

지성인의 최고의 덕성은 인식과 실천을 결부시킨다는 것이다. p. 44

공산당 선언

지금까지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였다.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길드의 장인과 도제, 요컨데 언제나 적대적인 억업자와 피억압자가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끊임없이 투쟁한 바, 이 투쟁은 사회 전체의 혁명적 개조로 끝나거나 투쟁하는 계급들의 공도동망으로 종결되었다.
만약 마르크스의 역사법칙이 하나의 '법칙'이라면 보편적 타당성을 가져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참이라야 법칙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공산주의 혁명의 도래를 필연으로 만드는 역사법칙이 그 혁명 이후에는 역사의 종말을 필연으로 만든다면 그 법칙은 법칙이 될 수 없다. 공산주의 혁명 이후에는 적용할 수 없는 법칙이라면 보편적 타당성이 없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을 법칙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다. p. 67
문제는 이론가 마르크스가 아니라 혁명가 마르크스에게 있었다. 역사법칙에 따라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 내부에서 새로운 계급과 계급투쟁이 발생함으로써 역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면, 공산주의 혁명을 위해 목숨을 걸 사람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혁명가 마르크스는 자기가 원하는 세상의 변화를 보고 싶은 나머지 이론가 마르크스를 망가뜨렸고, 이론가 마르크스는 결과적으로 대중을 속인 셈이 되었다.
이기적 욕망 추구를 부정하고 자유로운 개성의 발현을 극도로 억업하는 사회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우며, 지속된다 하더라도 좋은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p. 68
결론적으로 '과학적 사회주의'를 선보인 “공산당 선언”은 과학의 옷을 입은 역사 종말론이 된 것이다. 마르크스가 예언한 '천년왕국'은 오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계속될 것이며, 그의 역사 종말론은 인류 자체의 종말이 찾아들 때까지 실혀되지 않은 예언으로 남을 것이다. 다른 모든 종말론이 그런 것처럼.
비록 적절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할지라도, 언제나 마르크스는 우리에게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어두운 그림자를 직시하라고 말한다. 어찌 고맙고 귀하지 아니한가. p. 70

인구론

이는 곧 맬서스가 인구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므로 이를 방임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빈곤과 악덕은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특히 하층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한 것임을 말해준다. 즉 맬서스에 의하면 사회적 불평등과 하층민의 빈곤은 인구법칙이라는 자연법칙의 필연적인 결과로 된다. 따라서 하층민의 고통은 그들 스스로의 책임이며 이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는 것이며 무위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양경제사상연구 p. 70] p. 75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청결한 생활이 아니라 불결한 습관을 권하는 편이 좋다. 도시의 골목을 더 좁히는 한편, 많은 수의 인간을 좁은 가옥에 군집시킴으로써 페스트가 다시 찾아들도록 해야한다. ….. 사망률을 36 내지 40 대 1로부터 18 내지 20 대 1로 증가시킬 수만 있다면, 아마도 누구나 젊어서 결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극심한 기근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도 별로 없게 될 것이다. [인구론 하]
마치 반어법을 동원한 패러디 같지만 그렇지 않다. p. 77
인구론은 부자와 기득권층에 봉사하는 철학의 출발점과 종착점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보수를 연구하려는 자, 모름지기 인구론을 읽어야 한다.
전염병을 피하면 전쟁이, 전쟁을 피하면 전염병이 덮친다. 요행히 둘 다를 피하면 대기근이 찾아든다. 셋 모두를 피할 수는 없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며 논리적으로 완벽한 주장이다.
인구론은 인구 증가를 국가 부흥의 증거라고 생각했던 유럽의 정치가와 지식인들을 후려쳤다. p. 81
부실한 데이터를 자의적/무비판적으로 인용하고 활용한 지루한 논증은 맬서스를 사로잡고 있던 편견과 아집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를 입증하는 효과를 냈을 뿐이다. p. 83
맬서스는 피임을 죄악으로 간주하고 여성의 순결을 인류를 구원하는 유일한 도덕적 억제 수단이라고 예찬했지만, 여성들은 순결보다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선택했으며,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출산을 통제했다. p. 86
사람이 어떤 문제를 인지할 수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회피할 능력을 가진 존재임을 왜 맬서스는 인정하지 않았을까? p. 89
맬서스는 가난한 하층민들에게 자녀를 많이 낳지 말라고 충고했다. 마르크스는 혁명을 통한 프롤레타리아 해방을 예언했지만 맬서스는 오로지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것만이 빈곤을 탈출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인구 증가를 억제하면 임금이 오를 것이라고 걱정하는 자본가들에게 위선을 그만두라고 일갈했다. p. 89

대위의 딸

연애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며 정치소설이다. 푸가초프의 반란과 참혹했더 내전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농노제도와 차르의 전제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한 혁명적인 소설이다. p. 99
고문은 옛날부터 우리의 사법제도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으므로 그것을 폐지하라는 여제 폐하의 은혜로운 칙령도 오랫동안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피고 자신의 자백은 그를 제대로 기소하는데 불가피한 절차라고들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전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법률적 사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생각이다. 피고의 범죄 부인이 그의 무죄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없다면 그의 자백은 더더욱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이 야만적인 관습의 폐지를 유감으로 생각하는 늙은 판사들의 얘기를 나는 가끔 듣는다. p. 106
“대위의 딸”을 읽을 때는 이 소설이 황제의 검열을 견디고 나온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검열이 없었더라면 달라졌거나 소설에 아예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들이 무엇인지 살피면서 읽으면, 푸시킨이 죽는 날까지 제정러시아 사회의 야만성을 용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p. 110

맹자

맹자는 여러 왕들을 만나 권력의 힘이 아니라 인의로 다스리는 '왕도정치'를ㅡ 펴라고 역설했다. p. 115
그 때 나는 맹자를 '혁명적 사상가'라고 생각했다. “맹자”의 첫 장 '앙혜왕'편에 나오는 이른바 '역성혁명론' 때문이었다. p. 117
“신하가 자기의 임금을 시해해도 되는 것입니까?” 맹자가 되받았다. “인을 해치는 자를 적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이라 하며 잔적한 사람을 일부라고 합니다. 일부인 주를 죽였다는 말을 들었으나 임금을 시해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양혜왕 하] … 맹자의 논리는 굵은 장작을 단번에 쪼개버리는 도끼날처럼 서늘하다. 주왕은 인의를 해친 잔혹한 사내(일부)에 불과했으니, 주 무왕은 한 사내를 죽였을 뿐 임금을 시해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p. 118
나랏일을 팽개치고 환락에 빠진 책임은 왕에게 있지 여자에게 있는 게 아니다. 중국 고대 역사 기록을 담당한 것이 남자들이었던 만큼 이런 기록은 당대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는게 타당할 것이다. p. 120
독서/청춘의_독서.1585379614.txt.gz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20/03/28 16:13 저자 kwon37xi